
(태안=국제뉴스) 백승일 기자 = 원청과 하청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온종일 무거운 공기가 흘렀던 16일 저녁,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고(故) 김충현씨의 빈소를 찾았다. '위험의 외주화'라는 구조적 모순이 또 한 명의 노동자를 삼킨 비극의 현장에서, 총리 후보자는 과거 정부가 지키지 못했던 약속의 이행을 첫걸음으로 내딛겠다고 공언했다.
김민석 후보자는 이날 저녁 침통한 표정으로 빈소에 들어서 고인의 영정 앞에 헌화하고 조문했다. 그는 곁을 지키던 유가족의 손을 잡고 깊은 위로를 전한 뒤, 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들었다.
이 자리에서 김 후보자는 "또다시 이런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특히 그는 "만약 공직에 취임하게 된다면, 최소한 과거 정부에서 합의에 도달했지만 실행되지 않았던 사항에서부터 출발해 앞으로 더 나아가는 방향을 찾도록 하겠다"고 구체적인 약속을 내놓았다. 이는 지난 2018년 고 김용균 노동자 사망 이후에도 공허한 메아리로 남았던 수많은 대책과 합의들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 후보자의 이날 방문은 그가 '책임 총리'로서 노동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약속이 놓인 현실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바로 오늘, 경찰은 서부발전 원청을 포함한 관련 업체들을 압수수색하며 사고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한쪽에서는 국가의 공권력이 수사를 통해 죽음의 원인을 파헤치고, 다른 한쪽에서는 미래의 행정 수반이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상황. 데자뷔처럼 반복되는 죽음의 현장을 찾은 총리 후보자의 다짐이 이번에는 공허한 위로를 넘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유가족과 국민들은 무거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