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예정이율 낮추는 손보사…보험료 인상 확산되나


[그래픽=황민우 기자] 
[그래픽=황민우 기자]




주요 손해보험회사들이 보험료 산정에 영향을 미치는 예정이율을 선제적으로 낮췄다. 기준금리 인하로 타격이 불가피한 수익률을 방어하기 위해서다.



모든 손보사들이 예정이율을 낮춘 건 아니다. 다만 주요 회사들이 이달부터 이를 적용한 만큼 아직 조정하지 않은 손보사들도 인하를 선택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업계 전반이 예정이율을 낮추면 보험료는 일제히 오르게 된다. 소비자들이 이를 실감하게 되는 상품은 장기 보장성에 국한되나 보험료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손보사, 예정이율 왜 낮췄나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주요 손보사인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은 예정이율을 0.25%p 인하했다. 삼성화재와 DB손보는 장기 보장성 상품 전반에, KB손보는 KB오텐텐플러스 건강보험 등 종합형 상품에 이를 적용했다.



예정이율(豫定利率)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를 운용해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익률이다. 예정이율이 높으면 보험사가 운용 수익으로 보장금을 충당할 수 있기에 보험료가 저렴해지지만 낮아지면 보험사 수익이 줄어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된다.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2.5%까지 내리면서 보험사들이 운용하는 채권 수익률은 낮아지게 됐다. 이에 고객에게 받은 돈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 보험사들은 예정이율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손보사는 주로 보험료를 장기 운용해 수익을 내는 생명보험회사와 달리 단기 상품 위주여서 관련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하지만 손보사들이 수익을 위해 꾸준히 늘려온 장기 보장성 보험은 금리 인하 영향이 불가피해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게 됐다.





예정이율 낮추는 손보사 늘까






메리츠화재. [그래픽=황민우 기자] 
메리츠화재. [그래픽=황민우 기자]




현 시점에서 보면 예정이율을 낮춘 손보사는 소수에 불과하다. 다만 또 다른 대형 손보사 메리츠화재도 예정이율을 인하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정이율을 낮추는 손보사가 늘어나는 건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생보사는 장기 채권 중심으로 운용되는 상품이 많아 금리 변화에 덜 민감할 수 있는 반면에 손보사는 변동금리 중심이란 점에서 금리 변화에 취약하다.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따라 금리가 낮아지면 부채가 커지는 점도 감안하면 예정이율 조정은 부득이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예정이율을 낮추면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손보사들은 금리 인하라는 공통된 환경 앞에 놓여있다. 실제로 예정이율이 3%에서 2.5%로 떨어지면 보험료는 5-10% 가량 오를 수 있어 산정 부담이 있다. 다만 마진 방어를 위해선 예정이율을 내려야 한다.





보험료 인상에 가입 주춤?





동일한 보장 조건을 전제로 예정이율이 3%일 때 월 보험료가 10만원이라면 2.5%로 떨어질 경우 월 보험료는 7% 증가한 10만7000원이 된다. 이보다 낮은 2.0%로 인하되면 월 보험료는 11만5000원으로 15% 인상되는 식이다.



보험료 인상은 장기 보장성 보험을 중심으로 일부 상품에만 적용되지만 소비자들이 보험을 가입하는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동일한 보장을 유지하더라도 기존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게 되는 만큼 가입에 신중해질 수 있다.



가입이 일부 증가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절판 마케팅이 과열될 수 있어서다. 보험료가 특정 시점 이후로 인상될 거란 점을 빌미로, 보험사는 고객에게 가입을 서두르지 않으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식으로 마케팅에 나설 수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회사마다 경쟁이나 마케팅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가입률에 미치는 영향이 없는 요소는 아니겠으나 수요가 있는 사람들은 이미 가입을 했을 것이기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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