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정 기자] 틱장애 진단을 받은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수 있을까요?”라는 것이다. 아이가 눈을 깜빡이고 고개를 돌리며, 이상한 소리를 내는 모습을 볼 때 부모의 마음은 불안해지지만,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렇다면 틱장애 증상은 과연 성장과 함께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을까.
현재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많은 아이들은 틱 증상이 성장하면서 완화되거나 사라지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사춘기를 거치는 시점에 약 60~70%의 아이들이 기능적 어려움 없이 호전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음성틱 없이 단순 운동틱만 있는 경우, 증상의 지속 기간이 짧은 경우, 그리고 ADHD나 불안장애 등의 동반 질환이 없는 경우에는 더 나은 경과를 기대할 수 있다. 초기 개입이 빠를수록 호전 가능성은 높아진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모든 틱 증상이 시간 경과만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 아이들은 증상이 만성화되거나 양상이 변화하면서 성인기까지 지속되는 경우도 있으며,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로 악화되기도 한다. 이러한 가능성 때문에 전문가들은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성장과 함께 호전되는 경우라도, 그 과정이 심리적·신체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틱장애에 대한 치료 접근에서 약물만이 유일한 선택지는 아니다. 실제로 약물 없이도 행동중재치료, 인지행동치료, 환경 조절, 한방 치료 등을 통해 증상 조절이 가능한 사례들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특정 환경적 자극이 틱을 유발하는 경우 해당 요인을 제거하거나, 틱이 발생하기 전의 전조 감각을 인식해 대체 행동으로 전환하는 훈련은 증상 빈도 감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한방에서는 침, 뜸, 한약 등을 활용해 뇌 기능 조절과 긴장 완화, 스트레스 반응 감소 등을 목표로 한다.
휴한의원 창원점 김한나 원장은 16일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틱장애는 의지와는 무관하게 나타나는 신경학적 증상으로, 아이가 일부러 하는 행동이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성장기 아동의 경우 스스로 증상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주변의 오해를 받기 쉽고, 이는 자존감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럴 때 부모의 수용적 태도와 공감은 아이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부모의 반응은 아이의 회복 경로에도 영향을 미친다. ‘왜 못 참느냐’는 표현보다는 ‘힘들지? 몸이 신호를 보내는 것 같구나’라는 공감적 표현이 아이의 정서적 부담을 낮추고, 치료 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부 보호자들은 생활 관찰을 통해 아이의 증상 패턴을 파악하고 조절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한 보호자는 “일지를 작성하며 특정 시간대와 상황에서 증상이 악화된다는 점을 알게 됐고, 환경을 조절한 이후 증상이 점차 줄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부모는 침 치료와 함께 아이가 ‘틱이 나오기 전 간질간질한 느낌’을 인식하고 언어로 표현하면서, 행동중재 훈련으로 증상 조절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례는 일상 속 관찰과 실천, 그리고 인내가 결합될 때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성장기 아동의 뇌는 계속 발달하고 있으며, 회복력 또한 존재한다. 그러나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정서적·사회적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틱장애는 충분히 호전될 수 있는 질환이지만, 방치될 경우 자존감 저하, 대인관계 어려움, 집중력 저하 등 다양한 2차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적절한 치료 개입이 없을 경우, ADHD, 강박장애, 불안장애, 우울증 등의 정신과적 질환이 동반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크면 괜찮아진다’는 말이 반드시 틀린 것은 아니지만, 단순한 방임이 아닌 주의 깊은 돌봄과 의료적 개입이 병행돼야 한다. 아이가 겪는 어려움에 대해 부모와 의료진이 함께 대응할 수 있다면, 그 기다림의 시간은 훨씬 덜 힘들고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일상의 작은 변화부터 실천을 시작해보는 것이 아이의 안정을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