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실크 마이크로니들’ 이용한 농작물 주사 기술 개발… 친환경 영양 공급 가능성 열어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연구진이 농작물에 비타민과 미네랄을 직접 주입할 수 있는 ‘실크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해당 기술은 작물의 줄기에 삽입 가능한 미세한 바늘 형태의 실크 구조체를 통해, 영양분을 식물 내부에 정확하고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번 연구는 싱가포르-MIT 연구기술연합(SMART)과의 공동 연구로 진행됐으며,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최근 게재됐다.



기술의 핵심은 누에고치 단백질인 실크 피브로인을 활용한 생분해성 구조체다. 실크는 강하면서도 자연 분해가 가능해 작물 조직을 자극하지 않으며, 잔여물이 남지 않아 수확 기계의 작동을 방해하지도 않는다. 연구진은 염분이 섞인 실크 용액을 원뿔형 몰드에 부어 건조시킨 후 염분을 씻어내는 방식으로 속이 빈 미세 바늘을 제작했다. 이 내부 공간에 비타민이나 미네랄 용액을 주입하면, 식물의 생장 조직 속에서 수일간 천천히 방출되며 효과적으로 흡수된다.



실크 마이크로니들은 기존의 농약 및 비료 살포 방식이 갖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된다. 일반적인 분무나 살포는 유효 성분의 대부분이 공기 중으로 날리거나 토양에 흡수돼 실제로는 작물에 거의 전달되지 않는다. 반면, 이 기술은 식물의 관다발 조직에 정밀하게 삽입돼 손실 없이 물질이 전달되며, 그만큼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실제 실험에서는 철분 결핍으로 잎이 노랗게 변한 토마토 줄기에 실크 마이크로니들을 삽입해 철분을 주입한 결과, 줄기 손상 없이 잎의 황변이 사라졌으며 며칠간 효과가 지속됐다. 또한 실크 마이크로니들은 식물에 흔히 존재하지 않는 비타민 B12까지 운반할 수 있어, 식물 기반 식단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으로도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연구팀은 온실 토마토 줄기에 B12를 주입한 후, 수확 전에 열매까지 이 비타민이 이동한 사실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해당 기술은 영양 전달뿐 아니라 식물 내부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데에도 응용될 수 있다. 마이크로니들은 수액을 추출해 카드뮴 등 중금속 존재 여부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으며, 이는 현재의 분광 카메라보다 훨씬 빠르고 정밀한 진단을 가능하게 한다. 실제로 연구진은 수경재배 조건에서 카드뮴에 노출된 토마토 줄기에서 15분 이내에 오염을 감지하는 데 성공했다.



기술 상용화를 위한 움직임도 진행 중이다. 현재는 대학원생이 수작업으로 마이크로니들을 부착하고 있으나, 연구팀은 향후 드론 살포기나 자동 접목 로봇 등에 이 기술을 결합해 대규모 적용이 가능하도록 개발 중이다. 특히 종자 회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묘목 단계에서부터 영양 공급과 생육 모니터링이 동시에 이뤄지는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실크는 이미 외과용 봉합사 등의 목적으로 대량 생산되고 있는 소재로, 관련 원자재 수급이나 제조 인프라도 확보된 상태다. 마이크로니들 하나당 원가도 수센트(수십 원)에 불과하며, 몰드는 수백 회 재사용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단 한 번의 수확으로도 설비 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벤처 투자자들 또한 스마트팜 기술과의 높은 호환성에 주목해 초기 자금 지원을 검토 중이다.



MIT 연구진은 “농업과 환경 보호 사이에 절충이 있을 필요는 없다”며, 생산성과 생태계 보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농업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험실에서 시작된 이 혁신이 현장 시험에서도 같은 성과를 입증한다면, 머지않아 우리의 식탁에는 ‘실크 바늘’로 영양을 공급받은 토마토가 오르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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