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국제뉴스) 유지현 기자 = 부킹닷컴이 발표한 '2025년 여름 세계 인기 여행지 톱10'에서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가 10위를 차지했다. 중세의 성벽이 푸른 바다와 만나는 이곳에서, 과연 여행자들은 무엇에 마음을 빼앗긴 걸까.

두브로브니크가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여유'다. 늘 인파로 북적이는 파리나 로마와 달리, 이곳은 언제 찾아도 한가로운 분위기를 자랑한다. 노천카페에서 오후시간을 보내고 거리 공연에 푹 빠져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유럽에 몇 안 남은 도시다. 올해 여름 '장기 체류', '자연 회복', '슬로우 트래블' 키워드가 급부상한 가운데, 두브로브니크는 그 변화를 상징하는 대표 도시로 떠올랐다.

오렌지색 지붕이 끝없이 펼쳐진 구시가지는 197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13세기부터 쌓기 시작한 2km 길이의 성벽과 중세 도시 구조가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어 '아드리아해의 진주'라 불린다. 고딕과 르네상스가 어우러진 건축물들 사이로 이어진 상업화되지 않은 옛 골목길은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따뜻한 햇살과 코발트빛 아드리아해가 만드는 풍경은 그 자체로 완벽한 휴양지다. 크로아티아 남부 끝에 자리한 이 고성도시는 바다와 성벽이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매력을 뿜어낸다. 조용한 바다 풍경 속에서 도시의 깊은 속내를 천천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힐링' 키워드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두브로브니크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뛰어난 미식 문화다. 아드리아해의 신선한 굴과 고급 트러플, 최상급 올리브오일, 전통 성계 등 최고급 식재료가 풍부하면서도 가격이 합리적이다. 크로아티아 전역에는 20여 개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이 분포해 있으며, 두브로브니크의 '레스토랑 360°'를 비롯해 세계적 수준의 요리를 서유럽 대도시의 절반 가격에 맛볼 수 있다.
두브로브니크는 1991년부터 1992년까지 이어진 유고슬라비아 내전 당시 구시가지 건물의 68%가 피해를 입었지만, 국제사회의 지원과 크로아티아인들의 복구 의지로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전쟁의 상처를 딛고 관광 도시로 부활한 회복의 상징이자, 과거 대제국들 사이에서 중립 외교로 살아남은 지혜의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