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왕=국제뉴스) 손병욱 기자 =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본격적으로 윤곽을 드러내기도 전에 시장은 이미 명확한 방향을 감지하고 있다. 수도권 중심이다.
정부 정책의 기조는 서울과 수도권에 무게가 실려 있고, 지방은 여전히 '미분양 지옥'에 갇혀 있다. 시장은 반응했고, 지방은 쓰러지고 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수만 세대에 달하고, 대부분 지방 중소도시에 몰려 있다. 이미 지방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줄도산이 현실화되고 있으며, 지역 경제는 허물어지고 있다. 반면, 수도권은 인구 유입과 주택 수요가 여전히 견고한 탓에 각종 개발이 예고되며 기대감마저 감돈다. 그야말로 ‘두 개의 시장’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올해 초 정부는 5만 호 규모의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내놓았다가, 지방 미분양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자 이를 중단하고 지방 우선 매입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이 역시 실효성은 없었다. 도심 접근성이 떨어지고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 외곽 아파트를 누가 살 것인가. LH가 매입 의지를 보였지만, 실거주 수요는 턱없이 부족했고, 매입은 제한적이었다.
이런 혼란은 정책의 일관성 부족과 현장 무시에서 비롯된 것이다. 수도권 계획이 중단되자 해당 수도권 민간 건설사들은 사업 불확실성에 빠졌고, 지방 매입 정책은 흐지부지됐다. 한 마디로 수도권도, 지방도 모두 흔들리는 형국이다.
LH는 매년 목표한 임대주택 공급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구조 개선이나 책임 추궁은 없다. 계획은 있지만 결과가 없다. 공급 실패는 반복되지만 제재는 없다. 정부와 공공기관 모두 책임 없는 시스템에 기대어 '그냥 넘어가는' 구조다.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내 행정중심복합도시 완성과 세종시 중심 부처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해양수산부의 이전도 추진 중이다. 이는 지역 균형 발전의 시그널로 받아들여졌지만, 전문가들은 단호하다. “이전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세종시는 이미 여러 차례 중앙부처가 이전했지만, 여전히 교통망 부족, 산업기반 부재, 생활 인프라 부실에 시달리고 있다. 이전 공무원들은 실제로 대전이나 수도권에 거주하고 세종에 ‘근무만’ 하러 간다. 지역 경제로 돈이 돌지 않는 구조다. 행정 수도 구호는 번듯하지만, 지역은 여전히 비어있다.
수도권 인구 집중은 교통·환경 측면에서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출·퇴근 지옥과 미세먼지는 일상이고, 도심 고밀화로 녹지가 훼손되며 장기적인 도시 경쟁력마저 위협받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 정책은 수도권 공급 확대에만 초점을 맞춘다. 단기 수요에는 유효하겠지만, 이대로라면 지방은 '국가 정책에서 소외된 땅'이 된다.
지방은 이미 인구 유출, 고령화, 기반시설 축소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 확대’만 외치며 수도권에만 집중하는 정책은 지방 소멸을 더욱 앞당길 뿐이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4기 신도시도, 재개발도, 재건축도 모두 수도권 중심이다. 지방은 그저 방치되어 있다.” 과거 정부의 미분양 매입 정책도 기반시설 부족으로 실패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수도권 중심의 단기 공급 논리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의 주거 복지와 균형 발전을 위한 정교한 로드맵이 필요한 때다. 주택 정책은 단순한 건설계획이 아니다. 그것은 인구 구조, 지역 경제, 삶의 질을 아우르는 국가 전략이다.
이재명 정부가 어떤 세부 정책을 내놓을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하나는 분명하다. 더 이상 ‘서울만의 부동산’이 아닌, 전국을 아우르는 주거정책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수도권에만 집이 있어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