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지정학적 리스크 속 ‘시장 점유율 우선’ 전략으로 전환







[에너지데일리 변국영 기자] OPEC+가 10월부터 하루 13만7,000배럴 규모의 자발적 감산분을 해제하기로 하면서, 석유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이미 공급 초과가 예상되는 4분기 시장에서 가격 방어보다는 점유율 유지에 방점을 둔 것으로 해석된다.



Rystad Energy 수석 이코노미스트 클라우디오 갈림베르티는 “이번 결정은 단순한 물량 확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며 “리야드와 걸프 산유국들이 가격 안정보다 시장 점유율을 우선시하겠다는 전략적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질적으로 증산 여력을 갖춘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등 소수에 불과하다. 그 외 다수 회원국은 장기적인 생산능력 제약에 직면해 있으며, 보상 메커니즘 또한 실질적인 순증 효과를 제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가 물량을 허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시그널은 시장 심리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친다.



특히 글로벌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는 국면에서 걸프 생산국들은 단기 매출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장기 점유율을 확보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러시아는 제재로 인한 재정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배럴당 현금흐름 극대화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 같은 구조적 이해 차는 OPEC+ 내부 균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결정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맞물려 시장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미국 행정부가 카리브해 해상 운송망 및 베네수엘라 항공자산까지 제재 검토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등 원유 공급망 외부의 지정학적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배럴당 프리미엄 요인으로,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망 불안정성으로 귀결될 수 있다.



거시경제 환경 역시 OPEC+ 전략의 파급력을 증폭시킨다. 미국 8월 고용지표 부진으로 인해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이는 달러 약세 및 원자재 가격 변동성과 직결된다. 국채 수익률 하락, 금 가격 사상 최고치 경신 등은 투자자 자금 흐름을 재편하고 있으며, 이는 원유 선물시장에 변동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브렌트유 가격이 약세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OPEC+의 공급 스윙 능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Rystad Energy는 “4분기 시장은 단순한 수급 균형 조정 국면이 아니라, 가격 방어 전략에서 점유율 전략으로의 구조적 전환을 확인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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