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신영증권, 증권업계 최대 자사주 비중 언제까지 유지할까


[그래픽=황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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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최고 수준으로 자사주 비중이 높은 신영증권이 기로에 섰다. 현재 국회가 기업이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할 수 있도록 하는 상법개정안을 통과시킬지 논의하고 있어서다.



그간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아도 여유가 있었던 신영증권에겐 발등에 불이 떨어질 수 있는 내용이다.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신영증권은 31년 만에 자사주 소각 가능성이 높아진다.



신영증권은 자사주 소각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지만 관련 계획이 없음을 명시해 왔다. 다만 법안이 통과하면 얘기가 달라지기에 어느 시점에 사측 입장이 달라질지 주목된다.





국회, 자사주 소각 법안 검토





자사주 소각 의무화 내용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은 이달 열릴 정기 국회에서 최대 쟁점으로 꼽힌다.



여당은 정기 국회에서 해당 내용이 담긴 3차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김남근‧민병덕 의원,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기업들로 하여금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게 하는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은 신영증권에 주목했다. 신영증권은 금융주 중에서도 3차 상법 개정안 수혜주로 꼽힌다.



신영증권은 올해 상반기 기준 자사주 비중이 53.1%로 증권업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 만큼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될 경우 신영증권은 주주환원 기대감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기업이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 주식의 수가 줄어 주당순이익(EPS)이 높아진다.





자사주, 오너일가 경영권 방어 수단






신영증권. [그래픽=황민우 기자]
신영증권. [그래픽=황민우 기자]




기업들이 일정 수량으로 자사주를 보유하는 건 경영권 방어를 위한 목적이 크다. 신영증권도 오너일가가 자사주로 지배력을 유지해왔기에 소각은 회사로선 크게 고려해오지 않은 선택지였다.



실제로 신영증권은 원국희 명예회장과 장남인 원종석 이사회 의장이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사주가 필요한 구조다. 원 명예회장과 원 의장, 그리고 특수관계인까지 지분율을 다 합쳐도 20.6%에 불과해서다. 지난 3월 기준 원 명예회장과 원 의장은 각각 신영증권 지분 10.4%, 8.1%를 보유하고 있다.



같은 기간 신영증권 소액주주가 보유한 지분율은 18.8%로 오너일가 합산 지분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사모펀드 등이 공격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경영권을 노리며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주주인 오너일가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지분율이 그리 넉넉하지는 않은 셈이다.





자사주 소각 검토 의지 담은 사업보고서 공시





신영증권은 지난 3월 사업보고서에서 자기주식 처분 계획에 대해 ‘보고일 현재 자기주식 소각 및 처분 계획 없음’이라고 공시했다. 다만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자사주 소각은 시간문제다. 신영증권도 자사주 소각 계획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신영증권이 금융당국 요청으로 지난달 정정공시한 사업보고서에는 자사주 소각을 검토한다는 언급이 추가됐다. 신영증권은 자사주 소각 계획이 없다는 기존 문구에 ‘자기주식 소각 여부는 회사의 장기적인 자본 운용 계획과 재무 상황 및 대내외 경영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관련 법규 및 제도 변경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란 내용을 더했다.



신영증권이 자사주 소각 계획이 없음을 꾸준히 밝혀왔음에도 주가는 상법 개정안에 따른 변화를 기대하듯 올랐다. 신영증권의 주가는 지난달 10일 17만8600원까지 올랐다. 올해 초 7만원대로 머물렀던 수준과 비교하면 약 143% 이상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된 이후 자사주를 소각한 기업 수는 급증해온 흐름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자사주를 소각한 기업 수는 이미 전년도를 상회했다. 신영증권은 지난 1995년 자사주를 처음 매입한 후 31년 동안 한 번도 소각한 적이 없다. 자사주 소각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개정안이 상정되고 사례들을 검토하기 시작했을 때 (신영증권이) 맞춰가야 할 것”이라며 “금융은 제재 산업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사주를 소각)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영증권 관계자는 더리브스 질의에 “신영증권은 항상 주주가치 제고에 앞장서 왔다”며 “자사주 소각은 결국 주주가치 제고와 연결되는 것이고 자사주 소각 외에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법은 다양하다”고 답했다. 이어 “그간 꾸준한 배당금 지급 등을 통해 주주환원을 실천해 왔다”고 덧붙였다.



임서우 기자 dlatjdn@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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