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데일리 조남준 기자] 대한민국과 아프리카 나미비아가 ‘그린수소’ 협력 파트너십을 본격화하면서, 제주도의 전주기 실증 경험이 한국 수소산업의 해외 진출 교두보로 주목받고 있다.
국회 수소경제포럼(대표의원 이종배·정태호)과 국가미래비전포럼(대표의원 조정식), 제주특별자치도(도지사 오영훈)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수소연합(회장 김재홍)이 주관한 ‘대한민국 그린수소 밸류체인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나미비아와 제주 협력 모델을 K-그린수소의 세계시장 진출 전략으로 발전시키고, 이를 통해 한국이 국제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날 첫발제에 나선 권현철 산업통상자원부 수소산업과장은 “정부는 해외 청정수소 공급망 확보를 위해 수요국과 공급국 간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고, 국제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하겠다”며 “수소 인수기지와 저장탱크, 배관 등 글로벌 인프라를 갖춰 안정적인 거래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권 과장은 청정수소 인증제도와 국제 표준화 논의에 적극 대응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두번째 발제에선 국제 협력의 구체적 모델로 ‘나미비아-제주 협력’이 제시됐다. 한승관 모다드렁 대표는 “나미비아는 남부 아프리카의 물류허브이자 세계 최대 그린수소 생산지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제주도의 전주기 실증 경험과 결합하면 K-그린수소가 세계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나미비아가 기후투자기금(CIF) 2억5천만 달러를 확보한 점을 언급하며, 제주도의 기술과 정책을 현지에 적용하는 프로젝트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오는 24~26일 열리는 ‘제주 글로벌 그린수소 포럼’에 나미비아 신임 산업광산에너지부 장관이 방한해 협력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계에서도 해외 시장 확보를 위한 비전이 공유됐다. 셰번째 발제에 나선 정기석 삼성물산 상무는 “수소산업 투자는 장기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좌초자산 위험을 줄이려면 국제 협력을 통한 표준화와 기술 리더십 확보가 필수”라며 “투명한 국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수소의 기후변화 기여도를 모니터링하고 거래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기석 상무는 이어 “RE100, 탄소국경세 등 환경 무역장벽에 대응하기 위해 무탄소 수소의 글로벌 인증과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종합토론에서는 서울대 윤제용 교수를 좌장으로 나미비아 그린수소프로그램 매니저 조나 무셰코, 외교부 임효선 과장, LG화학 고윤주 전무 등이 참여해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과 국제 협력 구도를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패널들은 “해외 청정수소 도입과 글로벌 밸류체인 연계는 한국 수소산업의 생존 전략”이라며 현지 정부 및 기업과의 동반 진출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치권과 지자체도 해외 협력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조정식 의원은 개회사에서 “제주와 나미비아 모델은 한국 기업이 국내 실증을 거쳐 글로벌 무대에 진출할 수 있는 선도적 사례”라며 “전략적 협력을 통해 대한민국을 수소경제 선도국으로 도약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배 의원은 “청정수소 생산 인센티브 확대와 가격 안정화를 통해 국제 시장에서 한국의 신뢰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정태호 의원은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소경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면서 제주도가 선도하는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 모델과 나미비아 등 아프리카 국가와의 협력은 우리 산업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제주는 국내 최초로 그린수소 전주기 실증을 추진하며, 2035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제주에서 축적된 경험과 기술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해외 진출을 원하는 기업들의 발판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한국 수소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협력, 표준, 공급망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참석자들은 “제주와 나미비아 협력 모델이 한국 수소산업의 해외 진출 교두보이자 글로벌 수소경제 질서를 선도할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