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0분' 실버타운 운영 실태와 민낯 조명

추적 60분 (사진=KBS1)
추적 60분 (사진=KBS1)

25일 방송되는 KBS 1TV ‘추적 60분’에서는 '노후를 분양합니다, 실버타운이라는 허상' 편으로 꾸며진다.

전문가가 제공하는 균형 잡힌 식단, 상시 대기하는 의료 인력. 단지 내 체력 단련실과 취미 생활까지.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이 마련돼 ‘노인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곳, 실버타운.

은퇴 후 제2의 삶을 살아갈 기대를 안고 입주하는 이들은 과연 실버타운에서의 삶에 만족하고 있을까? '추적 60분'은 실버타운의 운영 실태를 취재했다.

■ 초호화 실버타운의 몰락, 노후의 보금자리가 폐허가 된 사연

'추적 60분'은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한 분양형 실버타운을 찾았다. 상위 0.1%를 겨냥해 지어진 초호화 실버타운인 이곳은 웅장하고 아름다운 유럽풍 외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수영장, 스파, 영화관, 골프장 등이 딸린 대규모 커뮤니티 시설 또한 이곳의 자랑이었다. 그러나 현재 이곳의 커뮤니티 시설은 폐쇄된 채 방치된 지 9년째다. 실버타운 설치자가 파산에 이른 것이 그 이유다. 설치자가 떠난 뒤 커뮤니티 시설은 곰팡이와 습기로 천장이 무너져 내리는 등 폐허로 변했다. 이로 인해 고령인 입주민들의 건강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때 평당 3000만 원을 호가하던 럭셔리 실버타운이 고통의 공간이 된 사연은 무엇일까?

“VIP를 위한 실버타운이라고 값비싸게 분양하더니 이젠 나 몰라라 하는 거죠. 설치자가 관리에서 손을 떼고 있잖아요. 그런데 제재할 수 있는 법도 없대요. 집을 팔고 나가고 싶어도 일반 아파트와 달리 매매도 쉽지 않아요.” - 실버타운 입주민 인터뷰 中

■ 9홀의 골프장이 딸린 실버타운, 실상은 노년의 마지막 유배지?

설치자와의 갈등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입주민의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경기도 용인특례시에 위치한 한 실버타운에서는 20년 가까이 주민들의 울분이 이어지고 있다. 한 사학재단이 조성한 이 실버타운은 분양 당시 단지 내 무료로 이용 가능한 9홀 골프장을 내세우며 입주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입주하고 보니 약속했던 골프장은 인가 신청조차 없었던 상황. 이에 입주민들은 과대광고로 소송을 제기했고 192억 원에 이르는 배상을 판결받았다. 이로 인해 이 사학재단은 파산 위기에 이르러, 회생절차를 밟았다. 그 결과 실버타운 입주민들에게 제공되고 있던 식당, 체력 단련실, 의원 등의 복지 서비스도 중단됐다.

“실버타운이라 해서 들어왔는데, 지금은 일반 아파트나 다름없잖아요? 사우나, 의료시설, 식당까지 약속한 복지는 제공하지 않으면서 한 달에 들어가는 관리비만 150만 원이었던 거예요. 보증금도 못 받아서 이사를 갈 수도 없고 소송하다가 10년이 흘렀어요.” - 실버타운 입주민 인터뷰 中

■ 운영 기준도 관리 감독도 없는 사이 방치된 노년의 삶

「노인복지법」상 실버타운의 서비스 제공 책임은 설치자에게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서비스 기준이 없고, 커뮤니티 설치 의무는 ‘권고’ 수준이다. 설치자가 약속했던 복지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더라도 법적인 제재와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다.

특히 ‘분양형 실버타운’의 경우 주택의 소유권은 입주자에게 있지만, 운영 및 의사결정 권한은 설치자에게만 있다. 「공동주택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일반 아파트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가 있어 입주민들이 공동주택의 운영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실버타운은 공동주택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한 운영 참여가 불가능하다.

실버타운 입주자의 재산권 보호 장치도 미비하다. 「노인복지법」은 실버타운 설치자에게 입소보증금의 50%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을 반환 보장하는 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근저당권이나 전세권을 설정하는 경우, 보증보험 가입이 면제된다. 이 경우, 입주자가 퇴거할 때 보증금 반환에 오래 걸리거나 최악의 경우 후순위로 밀려나 반환이 어려울 가능성도 존재한다. 때문에 실버타운 입주보증금 반환에 대한 시비도 발생하고 있다.

“실버타운을 공동주택(아파트)과 혼동하곤 하는데, 실버타운은 노인복지시설입니다. 그런데 인허가 이후에 운영에 대해서는 민간업체의 자율에만 맡겨놓고 국가가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거예요.” - 박미선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인터뷰 中

전문가들은 실버타운이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닌 복지시설임을 강조한다. 즉, 노년층의 주거 욕구에 알맞은 복지 서비스가 필수라는 것이다. 또, 서비스의 지속을 위해서는 민간에게 모든 관리와 운영의 책임을 맡기는 현재의 실버타운 구조는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가가 나서서 미비한 제도를 정비하고 충분한 관리감독의 역할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려한 시설과 복지 서비스를 믿고 입주한 노인들을 울리는 실버타운의 허상, '추적 60분' 1420회 「노후를 분양합니다, 실버타운이라는 허상」 편은 이날 밤 10시에 KBS 1TV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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