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국제뉴스) 이상배 기자 = 지난 일요일 수도권에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발령되었다. 본격적인 여름이 찾아온 것이다. 여름의 뜨거운 열기와 높은 습도는 사람은 물론 대부분의 생명체를 지치게 만든다. 트랙을 질주하며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경주마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여름철에는 말의 체온이 증가하고 호흡도 거칠어진다. 식욕이 떨어져 사료도 남기기 일쑤다. 결국 체력이 감소하고 운동능력도 저하되는데, 뜨거운 햇볕 아래 장시간 노출되거나 땀을 많이 흘리며 무리한 운동을 하면 탈이 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억대 몸값을 자랑하는 경주마들에게는 세심한 여름 관리가 필수다.
■ 얼음마사지부터 보양식까지... 호화로운 마방 생활
격렬한 훈련을 마친 경주마들은 마치 프로 운동선수처럼 전문적인 케어를 받는다. 먼저 다리 부위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얼음마사지를 해준다. 특수하게 제작된 얼음부츠를 사용하거나 얼음물이 담긴 물통에 다리를 통째로 넣는 경우도 있다. 얼음마사지로 큰 열을 잡은 후에는 다리를 보호하기 위한 석고팩이나 황토팩을 해주기도 한다. 영양 관리 역시 철저하다. 탈수 방지를 위해 사료에 미네랄을 첨가해주는 것은 기본이고 각종 비타민제를 지속적으로 급여해 신진대사를 촉진한다. 홍삼, 장어, 새싹보리 등 보양식품까지 동원된다. 이는 인간 운동선수들의 영양 관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 수영으로 심폐훈련과 스트레스 해소 일석이조
무더운 여름에 야외에서 훈련하는 것은 여러모로 말에게 신체적 부담을 준다. 그렇다고 아무런 운동도 시키지 않는 것은 근력 및 심폐기능의 저하와 체중 증가를 초래하기 때문에 역시 경계해야 한다. 이런 경우 도움이 되는 것이 수영이다. 수영은 높은 운동 강도로 심박 수가 증가하고 깊은 호흡을 유도해 경주마의 심폐기능 향상에 효과적이다. 기분전환 효과도 크다. 무더위에 지친 말이 시원한 물속에서 자유롭게 수영을 즐기도록 하면 체온도 낮추고 심리적 스트레스까지 해소해준다.
■ 여름철 기후 적응운동도 필수
더운 날씨에 출전을 앞둔 경주마에게는 더위 적응 훈련이 필수다. 일주일 정도면 대체로 적응이 완료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관습상 기온이 선선한 이른 아침에 훈련을 시키는데 새벽훈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부분 경주는 기온이 높은 오후에 시행되기 때문이다. 선선한 새벽 공기에만 익숙한 말이 뜨거운 오후 트랙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더운 시간대 훈련을 통해 고온 환경에 적응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말의 컨디션 변화가 크기 때문에 여름철 경주는 예측이 특히 어렵다. 평소에 잘 달리던 말도 탈수, 식욕부진, 소화불량 등으로 컨디션이 급락할 수 있다. 따라서 평소의 경주성적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최근 조교 모습을 확인해 본다든가 예시장 또는 기수 윤승 시 말의 걸음걸이나 행동을 잘 관찰해 컨디션을 꼭 확인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