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축제 취소, 문화예술 소상공인의 '눈물'

홍인숙 제주도의회 의원
홍인숙 제주도의회 의원

“몇 달을 준비했는데, 아무 설명도 없이 취소라니요? 우리는 예술가이기도 하지만, 생계를 꾸리는 노동자입니다.”

올해 초 성산일출제를 준비하던 한 제주 전통 공연단 대표의 이 한마디는, 지역 축제를 둘러싼 구조적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축제 취소!’라는 통보 한 마디에 수개월간 준비한 무대와 투자 비용은 물거품이 되었고, 그 피해는 오롯이 예술인과 공연단체가 떠안아야 했다.

지난 1월, 제야의 용고타고와 성산일출제를 포함한 제주의 주요 축제들이 무안공항 참사로 인한 국가애도기간 중 줄줄이 취소되었다. 조용한 애도의 필요성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지만, 문제는 그 결정의 부담이 전적으로 문화예술 소상공인에게 전가되었다는 점이다. 예고 없는 갑작스러운 취소 통보에 수많은 예술인과 단체는 사전 투자비용과 일정 손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기상악화로 인한 축제 취소도 적지 않은 현실 속에서, ‘자연재해’라는 명목 아래 보상도 받지 못하는 구조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채 반복되어 왔다.

이러한 현장의 절박함은 곧바로 제도개선 논의로 이어졌다. 올해 1월부터 시작된 논의 과정에서는 지역 예술인, 행정 실무부서, 그리고 도의회를 중심으로 현실을 반영한 실질적인 보완책들이 논의되었고, 마침내 몇 가지 중요한 변화가 가시화되었다.

첫째, 공연 및 행사 계약 시 관행처럼 이어지던 구두계약을 지양하고, 표준계약서 등 서면 계약 체계를 갖추는 방향으로 개선되었다. 그동안 구두계약으로 인해 공연이 취소되더라도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려운 사례가 많았고, 이는 고스란히 피해로 이어졌다. 계약의 문서화는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는 첫걸음이다.

둘째, 행사 종료 후 일괄 지급되던 대금 지급 방법도 개편되었다. 이제는 계약 계약 체결 후 요청 시 전체 금액의 70%를 3일 이내에 선지급할 수 있도록 기준이 정비되었다. 의상 제작, 장비 대여, 인력 섭외 등 많은 선투입 비용을 감당해왔던 예술단체들에게는 재정적 부담을 덜어주는 실질적인 변화다. 선지급 제도는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니라, 창작 기반을 안정적으로 지탱해주는 핵심 장치라 할 수 있다.

셋째, 도 집행부는 과업지시서에 표준계약서 적용, 대금 분할지급 방식, 취소 시 보상 규정 등을 포함한 계약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향후 행정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축제나 공연이 민간위탁 중심으로 운영되며 책임소재가 불분명했던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 공공이 제도적 기준을 마련하고 실질적인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물론, 제도가 마련되었다고 해서 현장의 신뢰가 바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행정의 적극적인 실행 의지와 의회의 꼼꼼한 현장 대응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예술인들이 제도의 존재를 체감하고, 불안 없이 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축제는 단지 즐거움만을 위한 이벤트는 아니다. 지역의 정체성과 자긍심, 그리고 경제를 함께 지탱하는 소중한 공동체 기반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묵묵히 현장을 지켜온 문화예술인과 소상공인이 있다.

이제는 그들이 더 이상 ‘축제 취소’라는 말에 좌절하거나 눈물 흘리지 않도록, 공공의 책임과 배려가 정책과 행정의 전 과정에 깊이 뿌리내려야 할 때다. 이제는 정말, 그들이 보호받아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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