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질문법』 질문하지 않는 기획은 사고를 멈춘다

[사례뉴스=김다혜 필진기자]



당신은 지금 기획하고 있나요, 아니면 단지 기획서를 쓰고 있나요?



회의 시간에 “왜 해야 하죠?”라는 질문을 차마 꺼내지 못한 적이 있다면 이미 기획은 멈췄을지도 모른다. 일은 계속 굴러가고, 결과물도 나온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하다.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점점 감각이 무뎌진다. 『기획자의 질문법』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기획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이기도 하지만, 더 본질적으로는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일이다.









1. 질문 하나에도 전략이 있다



기획자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우리는 흔히 “왜 이걸 해야 하지?”, “이건 누굴 위한 기획이지?” 같은 물음을 자연스럽게 던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기획 현장에서는 이 질문 하나를 놓고 수십 번씩 각을 다듬는다. 질문을 던지는 이유 자체가 기획의 목표를 드러내는 프레임이 되기 때문이다.



같은 아이디어라도 “이건 누구에게 좋은가?”라고 물을 때와 “누가 이걸 가장 불편해할까?”라고 물을 때, 사고의 방향은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 전자는 낙관적 상상을 자극하고, 후자는 사용자의 저항 지점을 앞당긴다. 결국 어떤 질문을 먼저 꺼내느냐에 따라 기획의 구조가 달라지는 것이다. 『기획자의 질문법』은 바로 이 지점을 강조한다. 기획자는 답보다 질문을 기획해야 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서도 좋은 전략은 좋은 질문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하며, 질문이 정교하게 설계되었을 때만 동기화된 실행이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실행은 계획을 따라 움직이지만, 계획은 질문을 따라 구조화되기 때문이다. 질문은 기획의 시작점이자, 사고를 유도하는 인지적 안내선이다. 『기획자의 질문법』은 질문을 그저 자유로운 탐색이 아닌, 의도를 담은 도구로 본다. 사용자에게 던지는 질문, 팀 안에서 나누는 질문, 혼자만의 일지에 기록하는 질문까지 모두가 기획을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 결정짓는 기획의 언어다. 결국 질문은 방향을 제시하는 설계의 핵심이다.



2. 문제를 풀지 말고, 문제를 다시 그려라 : 기획자는 해답보다 '문제 프레임'을 만든다



많은 기획자가 답을 찾는 사람이라고 오해받는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지?” “왜 안 되는 거지?” 대부분의 대화는 문제를 분석하고 해답을 추론하는 방식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기획자의 질문법』은 거기서 한 발 더 물러선다. 해답에만 몰두하는 순간, 정작 ‘문제를 어떻게 보느냐’는 관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기획자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이다. 같은 문제라도 프레임이 달라지면 전략도 전혀 다르게 구성된다. 예를 들어, 이탈률이 높다는 문제를 두고 “왜 사람들이 떠나지?”라고 묻는 기획자는 이탈의 원인을 찾는 데 집중한다. 반면 “남아 있는 사람은 왜 남아 있을까?”라고 묻는 기획자는 잔존의 이유에 주목해 전략을 설계한다. 문제의 방향이 바뀌는 순간, 전술도 함께 바뀐다. 실제 조직 전략 프레임워크에서도 문제 재정의(Redefining the problem)는 중요한 도구로 쓰인다. 디자인 씽킹의 핵심이자, HCD(Human-Centered Design)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구글의 스프린트 방식이나 IDEO의 전략 실험실도 모두 문제를 다시 그리는 법에서부터 시작한다.



『기획자의 질문법』은 말한다. 기획의 힘은 정확한 답이 아니라, 유의미한 프레임에서 나온다. 어떤 프레임에서 문제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같은 상황도 전혀 다르게 구조화된다. 그리고 그 구조화의 출발점은 대부분 질문이 아니라 재질문에 있다. 결국 기획자의 가장 중요한 능력은, 이미 주어진 문제에 답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가 정말로 풀 가치가 있는 질문인지부터 되묻는 힘이다.



3. 상상력은 감각이다 : 상상은 ‘내가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시작된다



기획에 필요한 자질로 상상력을 꼽으면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먼저 한계 짓는다. “저는 상상력이 부족해서요.” “창의력이 없어요.” 이 말에는 상상력은 특별한 재능이나 타고난 감각이라는 전제가 숨어 있다. 그러나 『기획자의 질문법』은 상상력을 그렇게 대단하고 멀게 두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일상의 관찰에서 비롯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태도라고 말한다.



기획자는 고객의 삶을 상상하는 사람이다.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라는 프레임을 일시적으로 내려놓고, 고객이 지금 어떤 순간에 있는지를 짐작하는 것. 눈앞의 문제를 그들만의 언어로 다시 써보는 것. 이 책은 그것이야말로 상상력의 본질이라고 짚는다. 고객이 겪는 문제를 기술적 결함으로 진단하는 대신, 그 순간의 감정과 말투, 사용 맥락을 상상해보는 것이다. ‘기능이 불편하다’는 피드백 뒤에, 얼마나 난감하고 민망한 순간이 숨어 있을지 상상해보는 것. ‘이게 뭐지?’라는 고객의 당혹감, ‘나만 못 쓰는 건가?’ 하는 조심스러운 시도, ‘됐고, 그냥 꺼버리자’는 포기까지의 흐름을 상상하는 감각. 그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상상력이다.



실제로 창의성 연구의 대가 마거릿 보든(Margaret Boden)은 창의성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 익숙한 것을 조합하는 조합적 창의성, 기존의 체계를 확장하는 탐색적 창의성, 완전히 새로운 틀을 짜는 변혁적 창의성. 기획자의 일은 대부분 조합과 탐색의 반복이다. 완전히 새롭게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기보다는, 기존의 것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말하는 능력에 가깝다. 그리고 그 다름은 언제나 고객의 입장에서 출발할 때 생겨난다.



『기획자의 질문법』은 이처럼 말한다. 결국 상상력이란 ‘눈앞의 현실을 고객의 시선으로 다시 읽어내는 일’이며, 고객이 가장 절실한 순간에 떠올릴 수 있는 문장과 장면을 준비하는 일이다. 이 책은 조용히 묻는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서 있을까?



4. 기획은 리듬을 조율하는 일이다 : 관계 속에서 타인의 시간을 이해하는 감각



많은 이들이 기획을 일을 만드는 사람, 무언가를 제안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획자의 질문법』은 한 걸음 더 들어간다. 기획자는 결국 사람 사이의 리듬을 조율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단지 어떤 일을 기획하는 게 아니라, 그 일을 어떤 흐름과 속도로, 누구와 함께 해낼 수 있을지를 설계하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기획의 대부분은 관계 속에서 벌어진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획자의 마음보다 중요한 건, 그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의 현실을 제대로 듣는 일이다. 듣지 않고 제안하는 일은 일방적이고, 함께 가지 못하는 제안은 결국 기획이 아니라 독백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기획자의 일은 타인의 시간에 들어가는 일이다. 나의 속도와 상대의 리듬이 다를 수 있음을 감각적으로 아는 것, 그리고 그 틈을 좁히기 위한 언어와 제안을 고민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기획자의 태도다.



마감일에 쫓기는 디자이너에게 어떻게 요청하면 부담스럽지 않을지, 여러 의견이 갈리는 회의에서 어떻게 중심을 세워 모두가 동의하게 만들지, 이 모든 판단은 결국 사람의 리듬을 감각적으로 읽는 힘에서 나온다. 빠르게 한다고 기획이 좋은 것도, 느리게 한다고 깊은 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함께 갈 수 있는 리듬을 찾는 일, 그리고 그 리듬을 맞춰가기 위해 계속해서 질문하고 조율하는 자세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기획자는 일의 정답을 아는 사람이 아니다. 정답이 없더라도 타인의 리듬에 반응할 줄 아는 사람, 그래서 함께 가는 길을 끝까지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이다.









『기획자의 질문법』은 기획자의 질문과 경청하는 태도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 태도가 세상을 바꾸는 방식은 거창하지 않다. 기획자는 누구보다 먼저 질문을 꺼내고, 누구보다 오래 타인의 답을 기다리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



이 책을 덮고 나면, 기획이란 거창한 전략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오히려 "당신은 왜 이 일을 하려 하나요?" "함께 가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요?" 같은 단순하지만 깊은 질문을 던지는 일에 가깝다. 기획은 사람의 일이다. 듣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비로소 질문은 생명력을 가진다. 그리고 질문이 있는 곳에서, 함께할 리듬과 방향이 생긴다. 이 책은 그런 기획의 출발점에 대해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떤 질문으로 세상과 연결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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