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시대, 중고령자 일자리 대책 중심에 서야”







[에너지데일리 조남준 기자] 국회미래연구원(원장 김기식)이 60세 정년에 도달하기도 전에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거나, 비정규직·중소기업 등에서 실질적인 제도 보호를 받지 못하는 다수 중고령 노동자의 고용문제를 중요한 정책적 의제로 다룰 것을 제안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5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정년연장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중고령 노동시장 정책의 재구성’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국회미래연구원에 따르면, 보고서는 정년연장과 계속고용에 대한 찬반을 떠나 임금근로자가 활동하는 실제 고용시장 현황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이미 2023년에 은퇴 연령에 진입한 1차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와 본격적으로 은퇴가 시작된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4~1974년생)을 대상으로 이들 중고령층의 퇴직 구조와 희망 일자리 등을 분석했다. 통계청 자료(2024년 5월)에서는 평균 퇴직 연령은 1차 베이비부머가 52.9세, 2차 베이비부머는 46.9세로서, 임금근로자들은 정년보다 7~13년 이른 시점에 일터를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 정년 연령을 넘긴 1차 베이비부머(만 61-64세) 중 16.8%만 주된 일자리에서 법정 정년까지 근무한 후 퇴직한 것으로 나타났고, 성별로는 남성 25.1%, 여성 9.1%로 큰 차이를 보였다.



최근 10년 간 중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는데, 2024년 기준 만 55-60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76.2%, 만 61~64세는 64.1%, 만 65~69세는 55.4%, 만 70~74세는 55.4%, 만 75~79세는 35.6%로, 10년 전보다 3~9%p 가량 상승했다. 이 중 만 55-60세 여성 응답자 중 ‘일 경험 없음’에 대한 응답률은 1.9%에 불과해 중고령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매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만 75~79세 인구 10명 중 남성 4명, 여성 3명은 여전히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법정 정년 이후에도 10-20년 이상 일하는 삶이 한국 사회의 새로운 표준으로 정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특히 이렇게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이들이 실제로 어떤 일자리에 어떤 조건으로 종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이들이 종사하는 고용 형태는 상용직보다는 자영업, 임시직, 단순노무직 등 불안정한 형태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24년 기준, 만 55~60세 경제활동참가자 중 상용직 비율은 53.5%로 전체 평균(56.7%)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만 61~64세부터는 40.6%로 급감하고, 만 75~79세에서는 불과 10.7%에 그친다. 반면 같은 연령대에서 임시직과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비율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해, 만 70~74세에서는 각각 약 30% 수준이며, 두 고용 형태를 합치면 60%에 달하고, 만 75~79세에서는 70%를 초과한다. 이처럼 상용직 고용 확대는 일부 연령대에 국한된 현상에 불과하며, 고령층 노동은 전반적으로 하방 재배치되는 구조 속에서 여전히 불안정한 고용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2024년 통계청 조사 결과에 의하면, 법정 정년에 도달한 만 55~60세의 83.5%가 평균 69.7세까지 근로를 지속하길 희망했으며, 만 75~79세의 경우에도 42.0%가 평균 81.7세까지 근로를 희망했다. 이들이 계속근로를 희망하는 이유는 경제적 필요와 삶의 질 향상이라는 다층적 동기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조사됐다. 희망 소득의 경우, 만 55~64세는 월 300만원 이상을 희망했으나, 만 65~70세는 월 100만원~250만원 구간에서 희망 소득이 고르게 분포됐고, 만 70세~74세의 31.2%와 만 75~79세의 54.4%는 월 100만원 미만 소득을 희망했다. 중고령자가 선호하는 일자리 형태를 보면, 만 55세 전후에는 전일제 근로 희망 비율이 65.5%로 높지만, 만 65~69세가 되면 전일제(47.7%)보다 시간제(52.3%)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고령층은 근로시간의 유연성, 신체적 부담 완화, 일상과의 조화 등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일정 수준의 소득과 안정성을 보장하는 시간제 일자리의 제도화를 통해‘안전한 비정규직’을 실현하려는 네덜란드형 모델이 고령층 고용정책의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현재 노동시장 현황을 분석한 결과, 법적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임금근로자가 전체의 2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정년 연장이나 계속고용 제도가 노후 빈곤과 생활 수준 하락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그 적용 대상과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한다. “이러한 제도적 한계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이중성을 고착시키고, 사회적 불평등을 강화할 위험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중고령층에 대한 노동시장 분석을 통해 ▲정년 이전 조기 이탈은 보편적인 현상이고, ▲자발적 퇴직보다 구조적 퇴출의 경우가 다수이며, ▲산업․직업․고용 형태 등에 따라 퇴직 시점과 근속경력 격차가 심각하고, ▲일부 안정된 집단에서만 정년제가 실효적임을 밝히고 있다. 이에 보고서는 “정년 이전에 퇴직하거나 불완전한 취업 상태에 놓이는 중고령 노동자 다수의 현실”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60세 정년 이전 밀려나는 80% 이상의 중고령자를 위한 ‘양질의 비정규직’ 등 중고령자 일자리 정책의 재설계 ▶고령자 일자리의 연령별 이행단계에 따른 차별화된 접근 ▶고령자 고용의 정상화와 차별 해소를 위해 불합리한 임금감액 관행에 대한 점검 및 합리적 보상체계의 마련, 비정규직 차별금지 규정 등의 적용 ▶65세 이상 고용보험 신규 가입자에 대한 실업 급여 허용 등 고령자 친화적인 사회보험 제도의 개선 ▶지속가능한 고령자 고용정책을 위해 더 많은 고령층의 이해와 요구를 폭넓게 수렴하고 사회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노사정 간 합의기구를 보완하고 재정비하려는 노력 등을 제안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혜윤 부연구위원은 “중고령자 일자리 문제는 정년 연장과 계속고용 제도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으며, 정년 이전에 이탈한 다수 고령자의 현실을 정책 전면에 반영해야 한다”며 “정년제 바깥에 있는 고령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제도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포괄적 정책 조정기구와 정치적 대표성 확보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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