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논의를 위해 만난 미국 알래스카주(州)의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 활주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나란히 붉은색 카펫을 걸으며 'ALASKA 2025'라고 쓰인 연단에 도착하기 직전 상공에서 갑작스레 굉음이 울렸다.
두 정상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서 하늘을 쳐다봤고, 트럼프 대통령은 가볍게 손뼉을 치고서 푸틴 대통령을 연단으로 이끌었다.
이 굉음은 미 공군의 최첨단 전략자산인 B-2 스피릿 스텔스 전략폭격기와 이를 주변에서 호위한 최신예 F-35 전투기 4대가 시범 비행하면서 난 소리였다.
두 정상이 카펫을 걸을 때 양 옆에는 F-22 전투기 4대가 지상에 도열해 있었다.
스텔스 기능을 가진 F-22 전투기는 전세계에서 최강의 전투기로 평가받고 있으며, 법으로 수출을 금지하고 있을 정도로 미 공군이 자랑하는 비밀병기로 꼽힌다.

이처럼 푸틴 대통령의 도착에 맞춰 미국이 마련한 짧은 활주로 환영식은 세계 최강 미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듯했다.
B-2 폭격기는 지난 6월 미국이 이란의 핵 시설을 기습 폭격할 때 투입된 것이다. 핵무기를 투하할 수 있으며, 이란 타격 때 사용한 초대형 벙커버스터 GBU-57을 탑재할 수 있어 미 공군력의 핵심 중의 핵심 자산으로 불린다.
미 육·공군이 통합 운영 중인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가 미군의 핵심 전투 비행대대가 주둔한 곳이기는 하지만, B-2 폭격기까지 동원한 '환영 비행'은 다분히 의도적인 연출로 보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합의를 이루는 것이 이번 회담의 최우선 목표인 만큼 푸틴 대통령에게 미국 군사력의 정수를 보여주며 어느 정도 심리적 압박을 가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취임 이후 꾸준히 군사력 증강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부각하면서 '힘을 통한 평화'만이 세계 평화를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강조해왔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 장면을 두고 "트럼프는 그의 대통령직의 '사실상 연출자'(a de facto producer)이다"라며 "비행 편대와 푸틴과의 악수, 레드카펫을 함께 걸어가는 장면은 철저히 준비됐다"고 평가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단 몇 초 만에 미국 국력의 가장 눈에 띄고 가장 시끄러운 상징물을 과시했다"고 덧붙였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