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방송되는 KBS '동네한바퀴' 제331화에서는 경기도 부천을 찾는다.
▶ 단짝 친구의 MZ세대식 과일 가게
단짝 친구인 최보라, 정해솔 씨의 하루는 일찍 시작된다. 트럭에 가득 찬 과일 상자들을 새벽부터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때만 해도 스튜어디스를 꿈꾸던 두 사람은 30대에 과일 가게를 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단다. 승무원 시험에 떨어진 두 사람은 함께 놀러 갈 때마다 입에 달고 다니던 과일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만들자며 의기투합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계약 실수로 수천만 원어치의 과일을 전부 버리는가 하면 출산 일주일 전까지 무거운 몸을 이끌고 과일을 옮기기도 해야 했다. 하지만 고생 끝에 결실은 달콤했다.
개업 8년 만에 연 매출 9억을 달성하게 된 것이다. 그 비결은 바로 맞춤형 과일 커팅과 과일 요리 레시피 영상 제작, 맞춤형 선물 포장 등등 MZ세대식 판매 전략들! 유례없는 폭염을 기록하는 요즘엔 또 다른 서비스를 새로 고안하고 있다는데.... 달콤하고 향기롭게 무르익어 가는 두 사람의 과일 가게 성공담을 들어본다.

▶ 부천의 작은 스페인으로 떠나다.
백반집과 세탁소 사이에 스페인 국기를 내걸고 있는 식당이 하나 있다. 이국적인 향기에 이끌려 들어가면 1시간 동안 육수에 쌀을 끓여낸 쌀 요리 파에야와 레몬, 파슬리 등과 함께 끓여낸 문어에 감자를 곁들여 먹는 풀포 등이 테이블에 나온다. 이 음식을 먹으면 스페인에 갔다 온 것과 같다고 자부하는 김광진 셰프. 그는 어떻게 스페인 요리에 흠뻑 빠지게 된 걸까? 20살까지만 해도 라면도 못 끓이는 요리 초보였던 광진 씨. 6년간 특1급 호텔에서 일하며 셰프가 되었지만 요리에 대한 욕심은 광진 씨를 말도 안 통하는 호주로 이끌었다.
제대로 된 봉급도 못 받고 3년간 요리에 매진한 끝에 어디서든 인정받는 헤드 셰프가 된 광진 씨.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광진 씨는 다시 말단 직원으로 돌아갔다. 우연히 TV에서 본 스페인 요리에 반해버리고 만 것이다. 그렇게 4년간 현지 스페인 요리사 밑에서 배운 솜씨로 이번엔 한국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스페인 레스토랑에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새로운 요리를 위해 매 순간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났던 광진 씨의 진심과 시간이 담긴 스페인 요리 한 상과 마주해본다.
▶ 60년 구두 장인의 추억 공방
오랫동안 간직한 물건일수록 추억은 더 깊다. 그런 추억의 물건이 망가지면 사람들은 박규남 씨의 공방에 찾아온다. 사람 한 명 앉을 곳 없을 만큼 좁은 공방에 놓인 재봉틀 5개와 가방과 구두 부품들이 가득한 30개 넘는 서랍들. 이 속에 구두 장인 규남 씨의 60년 경력이 담겨있다. 중학교도 나오지 못하고 청량리에서 뚝섬경마장에 있는 구두 공장까지 왕복 2시간씩 걸어 다니며 구두 일을 배웠던 규남 씨. 매일 같이 철야 작업을 하며 배운 기술로 히트작을 연달아 만들어 유행을 선도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저가의 중국산 유입으로 현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규남 씨. 그는 결국 그동안 익힌 기술로 수선집을 차리기로 했다. 그로부터 쓰지 못할 정도로 망가진 구두와 가방을 감쪽같이 고쳐주었을 때 손님이 짓던 함박웃음이 새로운 활력이 되기 시작했다는데... 지금은 입소문을 통해 전국 곳곳에서 밀려드는 망가진 구두와 가방을 수선하느라 쉴 틈이 없을 정도다. 과연 규남 씨에게 수선한다는 것의 의미는 어떤 것일까.

▶ 아버지의 고택을 지킨 오리 진흙 구이
범바위산과 지장산이 포근히 감싸고 있는 까치울 마을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던 한경택 씨를 만난다. 김유신 장군이 쏜 활을 까치가 물어왔다는 마을 전설부터 6·25전쟁 이후부터의 마을 변천사까지 막힘없이 풀어내는 경택 씨는 이 마을 터줏대감이다. 경택 씨가 태어났을 때부터 80년간 함께 살아왔던 고택도 자리를 지키고 있어 그 역사가 느껴지는데. 아내를 떠나보내고 본인마저 간암으로 쓰러졌던 경택 씨. 그런 아버지가 홀로 집을 지키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 큰딸 혜주 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종갓집 손맛을 물려받아 요리 하나는 자신 있던 혜주 씨가 집을 지키기 위해 생각해낸 건 바로 오리 진흙 구이! 삼채, 인삼, 감초 등등 16가지 재료를 넣은 오리 진흙 구이를 개발해 집에서 팔기로 한 것이다. 그런 딸을 위해 평생 농부였던 아버지는 텃밭에서 딴 상추, 고추, 오이 등으로 바구니를 가득 채워 식당에 찾아온다. 400도 가마에 3시간 동안 구워 기름을 쫙 빼고 진한 고기 맛만 남는다는 오리 진흙 구이. 그 맛처럼 80년 고택엔 부녀의 사랑과 추억이 진하게 우러난다.
▶ 자매의 추억으로 피워낸 어머니의 정원
아파트 단지가 둘러싼 들판에서 푸른 벼들이 일렁이는 논길을 따라 걸어가면 색색의 꽃들이 반겨준다. 수국, 에키네시아, 부처꽃, 달리아 등등 여름꽃들이 만발하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향오동나무 숲이 빽빽한 이곳. 변향숙, 변혜숙 자매가 12년간 일궈낸 정원이다. 어머니가 물려줬을 때만 해도 이 땅은 황량하기만 했다. 그런데 빈 땅을 보자 두 자매는 어릴 적의 기억을 되살려 꽃을 심기로 했단다. 아버지를 일찍 떠나보낸 어머니는 마당부터 골목까지 매년 꽃으로 가득 채우곤 했다. 그래서 항상 꽃 돌보는 일을 지겹도록 도왔던 두 자매다. 막상 어머니와 비슷한 나이가 되어 보니 어릴 적 보던 꽃들이 떠오르더란다. 어머니가 좋아했던 백일홍부터 시작해 유럽 여행 때 가져온 리시안셔스, 스위트피 등등 하나둘 꽃들을 심다 보니 축구장보다 더 넓은 땅을 꽉 채운 두 자매. 이 아름다운 공간은 이제 두 자매의 정원만이 아닌 수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는 기억의 정원, 어머니의 정원이 되고 있다.
▶ 배우 윤유선, ‘동네 한 바퀴’ 특별 내레이터로 5주간 동행
배우 강부자의 여름 휴가로 잠시 비워진 KBS1 ‘동네 한 바퀴’ 내레이션 자리를 배우 윤유선이 채운다. 윤유선은 강부자와 연극 무대에서 ‘엄마와 딸’로 호흡을 맞춘 바 있으며, 이번에는 프로그램의 특별 내레이터로 나서 따뜻하고 진솔한 목소리로 시청자들과 만난다. 윤유선의 내레이션이 함께하는 ‘동네 한 바퀴’는 9일부터 9월 6일까지, 총 5회에 걸쳐 방송된다.
녹음은 짙어지고 과일은 진하게 익어가는 계절. 뙤약볕 아래 함께 무르익어 가는 경기도 부천시의 이야기는 8월 9일 토요일 오후 7시 10분 [331화 여름을 노래하다 – 경기도 부천시] 편으로 시청자의 안방을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