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초록빛 경고, 한강의 유해 남조류 문제 현황과 전망

[환경일보] 여름철 강이나 호수를 지나는 시민들의 눈에 띄는 풍경이 있다. 물빛이 짙은 녹색으로 변하고, 물가에 푸른 이끼처럼 떠 있는 물질이 퍼져있는 모습이다. 이는 남조류(藍藻類)가 지나치게 증식하면서 나타나는 ‘녹조(錄潮, agal bloom)현상’으로, 단순한 색 변화가 아닌 수생태계 전반에 걸친 건강 상태를 알리는 경고 신호다.



조류(藻類, algae)는 물속에서 광합성을 통해 산소와 유기물을 만들어내며, 수생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지탱하는 중요한 생물이다. 이들은 사는 곳에 따라 바다의 해조류와 민물의 담수조류로 나뉘며, 이 중 담수조류는 수온, 일사량, 영양물질의 농도에 따라 종류별로 증식 시기가 달라진다. 겨울에서 봄 사이에는 규조류, 봄과 초여름 사이에는 녹조류, 그리고 수온이 20캜를 넘는 여름철에는 주로 남조류가 주로 증식한다.



문제는 이 남조류 중 일부가 만들어내는 물질에 있다. 약 35억 년 전부터 지구에 존재해온 남조류는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며, 스스로 질소를 고정하거나 휴면 상태로 생존하는 등 변화에 잘 대응한다. 또한 수면 가까이에서 부유하며 빛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 여름철 고온·정체된 물환경에서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일부 남조류는 ‘지오스민(Geosmin)’, ‘2-MIB’와 같은 냄새물질과,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 ‘아나톡신(Anatoxin)’ 등 인체에 유해한 독성물질을 생성한다. 냄새물질은 수돗물에서 흙냄새, 곰팡이 냄새를 유발해 음용수에 대한 불신을 높이며, 독소는 간세포 손상, 신경계 이상, 발암 가능성 등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 아나배나(Anabaena) 등 4종을 ‘유해 남조류’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일부 남조류 독소에 대한 음용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유해 남조류는 식수원 오염, 물고기 폐사, 악취 발생 등 다양한 2차 피해를 일으킬 수 있어 지속적인 감시와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해남조류
유해남조류




서울시는 이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00년부터 ‘조류경보제’를 도입했다. 한강을 상류 구간(강동대교-잠실대교)과 하류 구간(잠실대교-행주대교)으로 나누어 남조류 발생 상황을 감시하며, 과도한 증식이 확인되면 단계별 경보를 발령한다. 특히 2016년부터는 시민들이 물놀이 등으로 자주 찾는 하류구간인 ‘친수활동구간’에 ‘예비경보’ 단계를 추가해 사전 대응의 폭을 넓혔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4월부터 10월까지, 잠실수중보 하류 5개 지점을 중심으로 주 1회 이상 정기적인 수질 및 남조류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한강 남조류 및 수질조사/사진=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한강 남조류 및 수질조사/사진=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2000년 조류 경보제 시행 이후 한강 조류경보 발령 현황을 보면, 지금까지 총 14차례의 주의보 또는 경보가 발령됐다. 이 중 한강 하류(친수활동구간)에서 총 6회 경보가 발령되었고, 발령 연도를 보면 2000년(1회, 주의보), 2006년(1회, 주의보), 2014년(1회, 주의보), 2015년(2회, 경보), 2018년(1회, 예비)이었다. 가장 심각했던 해는 극심한 가뭄이 발생했던 2015년으로 상·하류 전역에서 장기간 경보가 지속됐다. 하류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31일, 78일간 경보가 지속되었으며, 상류 지역에서도 총 87일간 경보 또는 주의보가 발령되었다. 친수활동구간에서 조류경보가 발령된 건 지난 2018년이 마지막이지만, 최근 상황은 다시 주의가 필요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2000년 이후 조류경보 발령 현황
2000년 이후 조류경보 발령 현황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잠실수중보 하류 친수활동구간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조사에 따르면, 남조류 세포 수는 ㎖당 평균 751 cells로 전년도에 비해 5배 이상 증가하며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4년이 평년(1991~2020년) 대비 기온과 일조량이 증가하고, 강수량과 팔당댐 방류량이 줄어드는 등 녹조 발생에 유리한 조건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최근 5년 한강 친수활동구간 남조류 평균값
최근 5년 한강 친수활동구간 남조류 평균값




이러한 현상은 단지 일시적인 기상이변에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 기후변화가 더욱 심화될수록 남조류 문제는 한강에서 더욱 자주, 더욱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평균기온 상승으로 여름철 고온 기간이 길어지고 수온이 오르면서 남조류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지속적으로 조성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자주 발생하는 국지성 집중호우는 하천과 유역으로 질소, 인 등 영양염류를 대량 유입시키며, 폭우 이후 이어지는 맑은 날씨는 남조류의 폭발적 증식을 부추긴다. 강물의 흐름이 느려지거나 정체되면, 남조류가 오랜 시간 머무르며 번식할 수 있는 조건까지 갖춰지게 된다. 또한 도시 지역에서는 강우 시 도로, 하수도, 주차장 등에서 유입되는 비점오염원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이러한 오염물질에 포함된 영양염류는 한강에 축적되어 남조류의 주요 먹이원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수돗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수센터 전반에 고도정수처리시설을 단계적으로 확충하고 있으며, 물재생센터의 총인처리시설을 증설해 영양염류의 유입 자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또한 남조류 발생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도록 조류 예측 모델을 고도화하고, 한강 유역 내 비점오염원 관리를 강화하는 중장기 수질 개선 로드맵을 수립해 기후변화 시대에 대비한 지속가능한 수질관리 체계를 마련해 나가고 있다.



초록빛으로 물든 한강은 단순한 여름철의 풍경이 아니다. 그것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이라는 복합적인 위협이 우리 일상에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경고를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는 것이다. 한강을 지키는 일은 곧 서울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며, 서울이라는 도시의 지속 가능성과 회복력을 강화하는 길과도 맞닿아 있다.



앞으로도 서울시와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과학적 조사와 신속한 대응을 바탕으로, 시민 모두가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깨끗한 한강을 지켜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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