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제주 한라산 자락에서 지금까지 국내에서 보고된 적 없는 난초과 식물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식생대 이동과 생물다양성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중요한 사례로 주목된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원장 김용관)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제주지역본부, 느영나영복지공동체와 협력해 제주지역 식물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유령란속(Epipogium)의 미기록 후보종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확인된 식물은 ‘방울유령란’으로 명명된 Epipogium roseum (D. Don.) Lindl.이다. 엽록소가 없는 부생식물로서 지상부 생육 기간이 짧아 국내에 자생하는 유령란(E. aphyllum Sw.)과 유사하지만, 뿌리줄기가 덩어리 형태이고 꽃잎이 대부분 아래쪽에 위치하는 점에서 구별된다.
방울유령란은 냉온대성 식물인 유령란과 달리, 일본 혼슈 관동 이남, 큐슈, 류큐, 중국 남부, 대만, 인도차이나, 인도, 말레이시아 등지에 분포하는 아열대 및 열대성 식물이다. 이번 제주도에서의 발견은 해당 식물이 한반도 남단까지 분포를 확장했음을 보여주며, 기후변화로 인한 식생대 북상 현상이 실질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발견은 노인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제주 해안 식물계절 모니터링과 종자 수집 중 이뤄졌으며, 시민 참여형 생태계 모니터링의 실효성과 시민과학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임은영 연구사는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제주에서 아열대 및 열대성 식물이 잇따라 출현하는 현상은 식물지리학적·기후생태학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자생지 조사와 분류학적 검토를 거쳐 학술지 보고를 통해 학문적 가치를 높이고, 협업의 성과를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