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KBS '인간극장'에서는 '농부와 모델' 편을 통해 속리산 자락에서 특별한 인생 2막을 일궈가는 정호진(72) 씨와 박미향(59) 씨 부부의 이야기를 공개한다.
속리산 자락에 자리한 아름다운 집에서 살고 있는 정호진 씨는 신학을 가르치던 교수에서 농부로, 또 아프리카 말라위 등에서 우물을 파고 농사를 가르치는 NGO 활동가로 살아왔다.
5년 전 경상북도 상주로 귀농한 그는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철학 아래 비닐 대신 풀로 흙을 지키고, 경운기 없이 땀으로 일군 '생명 농업'을 실천하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일궈가고 있다.
그 곁을 지키는 아내 박미향 씨는 23년을 함께한 남편의 든든한 동반자다. 검소한 농부 남편과는 달리 화려한 외모를 자랑하는 미향 씨는 6년 전 가슴 뛰는 꿈을 찾았다. 바로 '모델'의 길이다.
상주에서 서울까지 무거운 짐가방을 들고 매주 길을 나서 문화예술대학 모델학과에서 공부하며, 런웨이 위에서 '박미향'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 때로는 찜질방에서 자며 수업을 듣는 날도 있지만, 모델 공부는 그만큼 즐겁다고 한다.
서로 다른 듯 닮은 이 부부는 알알이 커진 매실을 함께 수확하고, 아들 한솔 씨와 딸, 사위가 찾아와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등 평범하지만 특별한 일상을 공유한다.
23년 전 한 강연장에서 만나 재혼한 두 사람은 인도에서 NGO 활동을 하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단단하게 이어졌다.
호진 씨는 나무에 '모델 박미향, 농부 정호진'이라는 명패를 새겨 대문에 내걸며, 생명을 길러내는 농부와 무대 위에서 빛나는 모델이 인생의 같은 방향으로 뜨겁고 푸르게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호진 씨와 미향 씨 부부는 5년 전 상주로 귀농했다. 남편 호진 씨는 잡초 하나도 소중히 대하는 풀을 사랑하는 농부. 아내 미향 씨는 6년 전부터 서울에 있는 대학 모델학과에 다니고 있다.
매년 부부의 농가로 농업고등기술학교 학생들이 실습을 오는데, 올해도 찾아온 3명의 학생. 학생들에게 남편은 생명 농업을 전하고 아내는 풍성한 간식들을 차려낸다.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는 상주. 목마른 밭에 물을 대느라 애를 쓰는 호진 씨와 미향 씨. 정성스레 키운 작물들 시들까, 열심이다. 부부의 농원으로 친손녀처럼 아끼는 예은, 다은이네 가족들이 찾아왔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덕분에 모처럼 농원에 생기가 돈다.
매주 일요일, 부부는 교회를 방문한다. 오늘은 호진 씨가 환경주일을 기념해 설교하는 날. 고운 한복을 입고 설교까지 하니 교회에서도 인기 만점이다. 오래된 시골집은 이곳저곳 고칠 곳투성이. 오늘은 호진 씨가 직접 지붕으로 올라갔다. 오래된 기와에 검은색 페인트를 바르는 호진 씨. 지붕에 올라가 휘청휘청 위험해 보이는데... 이런, 페인트가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