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국제뉴스) 이정주 기자 = '스페인 특급' 다비드 마르티네스(33·크라운해태)가 '슈퍼맨' 조재호(NH농협카드)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프로당구(PBA)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마르티네스는 통산 8승을 달성하며 '전설' 프레데리크 쿠드롱(벨기에)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PBA 사상 최초로 누적 상금 10억 원을 돌파한 선수로 등극했다.
7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하나카드 PBA 챔피언십' 결승전은 그야말로 명승부였다. 마르티네스는 조재호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4:2(15:5, 2:15, 15:9, 15:14, 11:15, 15:12)로 승리하며 우승 상금 1억 원을 품에 안았다. 이로써 마르티네스는 프레데리크 쿠드롱(벨기에)과 통산 8승으로 최다 우승 공동 1위에 올랐고, 누적 상금은 10억 1,600만 원으로 쿠드롱(9억 9,450만 원)을 넘어 이 부문에서도 단독 1위로 올라섰다.

경기 초반부터 두 선수는 한 치의 양보 없는 공방을 펼쳤다. 1세트를 마르티네스가 가져가자, 2세트에서는 조재호가 하이런 13점을 폭발시키며 단 3이닝 만에 15:2로 압도하며 균형을 맞췄다. 3세트를 다시 마르티네스가 가져가며 앞서나갔지만, 승부의 향방을 가른 것은 4세트였다.
4세트, 조재호는 2이닝 만에 13점을 몰아치며 13:4로 크게 앞서나갔다. 모두가 조재호의 세트 승리를 예상한 순간, 마르티네스의 놀라운 집중력이 빛을 발했다. 그는 다음 이닝에서 8점을 쓸어 담아 13:13 동점을 만들었고, 이어진 숨 막히는 접전 끝에 15:14로 세트를 뒤집는 기적 같은 역전극을 펼쳤다. 이 한 세트가 경기의 전체 흐름을 마르티네스 쪽으로 가져왔다.
벼랑 끝에 몰린 조재호도 5세트를 15:11로 따내며 추격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대세는 이미 기운 뒤였다. 6세트 12:12의 팽팽한 상황에서 마르티네스는 침착하게 남은 3점을 마무리하며 6개월 28일 만에 감격의 우승을 확정 지었다.



우승 직후 기자회견에서 마르티네스는 "우승까지 가는 길은 늘 험난하지만, 그만큼 보람이 따른다. 특히 이번 대회에선 제 스스로 굉장히 좋은 경기력(대회 애버리지 2.087)을 보여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PBA 최초 '상금 10억 원 돌파'라는 대기록에 대해서는 "금액적인 부분은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저에겐 항상 우승 트로피가 더 중요한 목표이고, 트로피를 획득하면 상금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하지만 '최초'라는 기록을 세운 것은 굉장히 만족스럽고 기쁘다"라며 겸손함과 자부심을 동시에 드러냈다.
4세트 대역전의 비결을 묻는 말에는 "긴장과 흥분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안다. 실수를 줄이고 나만의 루틴으로 침착하게 경기를 컨트롤하려 했다. 상대가 강할수록 수비적인 플레이를 섞는 것이 주효했다"고 답했다. 또한 "PBA 초반부터 '와우매니지먼트' 직원들이 큰 도움을 줬고, 후원사인 '크라운해태'의 지원도 든든하다"며 한국 생활에 도움을 준 이들에게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한편, 통산 6번째 우승에 도전했던 조재호는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마르티네스는 이번 대회 64강에서 기록한 애버리지 2.813으로 '웰컴톱랭킹'(상금 400만 원)까지 수상하며 대회를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새로운 역사를 쓴 마르티네스와 복기를 다짐한 조재호, 두 선수의 라이벌리가 PBA를 더욱 뜨겁게 달순 PBA는 이제 두 번째 투어를 마치고 오는 22일, '웰컴저축은행 PBA 팀리그' 개막과 함께 그 열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