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물다양성 주류화, 선택 아닌 기준

[환경일보] 최근 열린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 이행현황 공유회’는 단순한 정책 보고회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형식상 85%에 달하는 이행률은 정책 수행의 양적 성과를 보여주지만, 질적 변화라는 본질적 질문 앞에서는 여전히 빈칸이 많다. 보존 위주의 접근에서 주류화로, 즉 사회 전반의 구조와 의사결정 시스템에 생물다양성의 원칙을 통합해야 한다는 지적은 결코 새롭지 않지만, 이번 공유회에서야말로 그것이 중심 의제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전환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생물다양성 주류화(Mainstreaming)는 도시계획, 농업, 교육, 산업, 복지 등 모든 공공정책의 기준선에 생물다양성을 포함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사후 검토에 머물고 있다. 숲을 위한 예산은 있어도 숲을 고려한 의사결정은 부재하다. 정책 설계 단계부터 생물다양성을 하나의 가치로 내재화하지 않는 한, 아무리 많은 보호구역을 지정하더라도 실질적 생태 전환은 불가능하다. 파헤치고 훼손된 백두대간 보호지역이 그 뚜렷한 예다.



또 하나의 관건은 지속가능한 이용과 지역사회 참여다. 생물을 보호하는 것만큼,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도 중요하다. 지역 주민이 생물다양성 보존의 수혜자가 되지 못한다면, 그 보호는 결국 갈등과 배제의 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번 공유회에서 전문가와 시민들의 지적처럼 보호와 이용, 참여를 아우르는 삼각 구도가 마련되지 않으면 진짜 전략이라 할 수 없다.




정책 설계 단계부터 생물다양성을 하나의 가치로 내재화하지 않는 한, 아무리 많은 보호구역을 지정하더라도 실질적 생태 전환은 불가능하다. /사진=환경일보DB
정책 설계 단계부터 생물다양성을 하나의 가치로 내재화하지 않는 한, 아무리 많은 보호구역을 지정하더라도 실질적 생태 전환은 불가능하다. /사진=환경일보DB




주목할 점은 생물다양성 전략을 시민과 함께 설계한다는 선언과 실제 참여의 간극이다. 참여를 위한 형식적 장치가 아닌,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실질적 공동 설계 권한이 마련돼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예산과 법령으로 이어져야 한다. 전략 평가단에 시민이 포함됐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숫자는 과소평가되거나 과대포장될 수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에 포함된 294개 사업 중 252개가 정상 이행되며 전체 목표의 85% 달성률을 기록했다. 85%라는 이행률이 주는 안도감은 오히려 경계해야 한다. 공유회에서 드러난 것처럼, 현재의 보고 체계는 정량적 이행에 머물러 있고, 사회 인식 변화나 제도적 전환의 촉진 여부는 여전히 그림자에 가려져 있다. 이는 생물다양성 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행정 전반의 공통된 한계다.



생물다양성은 환경의 영역을 뛰어넘는 사회 구조의 거울이다. 우리가 무엇을 얼마나 지켰느냐보다 무엇을 바꾸었느냐를 묻는 것이 진짜 전략이다. 생물다양성을 위해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가. 그 물음이 없으면, 전략도 실천도 방향을 잃는다.



숲이 아니라 시스템을 보는 눈.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다양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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